위근우 인스타그램 - 주호민 그리고 침착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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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세상에 어떤 화제가 있을 때마다 그에 대한 의견과 논평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의무도 없고 대부분 그 의견이란 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특히 나 같은 소위 평론가 나부랭이들이 뭔가 일이 터질 때마다 한 마디씩 남기는 것이 때론 점잖은 척하는 사이버 렉카질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최근 주호민 작가의 특수교사 고소에 대한 질문에 침착맨이 조심스럽게 기다려달라고 한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자기 마음속에 어떤 의견이 없진 않겠지만 그의 말대로 어떤 발언을 해도 의도가 왜곡될 수 있고, 이미 과열된 분위기에 굳이 더 땔감을 넣어야 할 이유도 없다. 어쨌든 어느 정도의 진실 공방이 있는 사안인 만큼 판단을 유보하는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판단을 유보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게, 이 사안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다는 뜻은 아니다. 가령 현재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말을 얹지 않겠다면 그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으니 판결이 나온 후에야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하지 않는다. 진실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법정에서 최종 판결을 받아야 확실해지는 것이라면 우린 세상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 전까진 침묵해야 한다. 이번 건에 누군가 '여론재판'이라는 표현을 썼던데, 단순히 악의적 정념을 발산하는 수많은 말들, 무의미한 의견에 대해 당연히 문제의식을 가져야겠지만, 여론이란 대부분 시끄럽고 자주 폭력적인 와중에도 법적 행정적 권력이 아닌 소통적 이성의 권력이 행사될 수 있는 유일한 장이다.
서이초 사건 때문에 주 작가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또한 서이초 사건에 대한 경험을 통해 과거라면 무심코 넘어갔을 주 작가의 해명문의 행간을 비판적으로 독해할 맥락이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교육 현장 당사자와의 직접적 소통 대신 법적 조정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 가해 아동에 대한 훈육을 아동학대로 거는 것, 학부모가 아이를 모든 종류의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 모두 이번 서이초 사건을 통해 공론화된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갖거나 드러내는 것이 유달리 폭력적이거나 마녀사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서이초 사건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의 개인적 권리와 노동권에 대해 말하고, 학부모들의 교육현장 불신과 권위 침해, 무차별적인 법적 대응에 대해서는 비판적 문제제기를 하다가, 정작 구체적 개인의 구체적 사례가 발생할 땐 중립기어를 박는 게 현명한 시민의 미덕인 것마냥 이야기하는 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유명인에 대한 여론재판과 언더도그마의 오류를 걱정할 수는 있지만, 정작 그동안 직위 해제를 당했던 선생님은 피가 마르고 주 작가는 정말 방송계에서 승승장구하다가 이번 서이초 사건 이후에야 공론화 자체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쏙 빼고 마치 지금 사건이 최초로 벌어지고 양쪽 의견이 동등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시차적인 왜곡이다. 이번 서이초 사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르게 그 선생님만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혼자 피가 말랐을 텐데, 주 작가는 그동안의 사회적 명망과 인맥으로 이번 건에서조차 유명인들의 심정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 기울어짐이 고까운 게 그렇게 폭력적인 걸까.
라고, 남들이 딱히 관심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는 내 의견을 이번에도 굳이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