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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혈병 피해 유족에 '우수고객' 조롱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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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삼성 노조와해 재판기록 연속보도]반도체 산재 첫 인정 판결 7년 뒤 뒤늦은 합의 이유 보여주는 문건들…
직업병 직시는 뒷전, 피해자·시민단체 이간질에 열중


16967603817653.jpg2012년 4월18일 삼성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우수고객 명단’에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제일 먼저 등장한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이런 언급에 대해 “조롱의 의사가 다분해 보임”이라고 적었다.

2018년 11월,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피해자들,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조정이 최종 타결됐다. 3년간 결렬됐던 ‘삼성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삼성 백혈병 조정위)의 권고를 삼성이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2018년 7월 밝혔고, 4개월 만에 결실을 맺었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래 시간이 걸렸을까? 이 입수한 삼성 노조 와해 재판기록(3만3천 쪽)에 포함된 2011~2013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내부 문건을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린다.

① 피해자를 반올림과 분리하라

황유미씨 등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은 피해자들은 2008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잇따라 했지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삼성전자 공장의 안전·환경·의료인력 충원 계획 등도 있지만, ‘(반올림의 전신인 반도체 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 연계 인력 분리 추진’이라는 전략도 나온다. “유족 등이 합의를 요청할 경우 대책위 연계 정도 등을 고려(해) 협상에 임할 방침”이라고 돼 있다. 반올림을 “소위 ‘꾼’들로서 이를 업으로 삼는 자들. 트집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사람들”(최우수 삼성전자 부사장)로 여기며, “피해자와 이격(사이를 벌려놓음)시키려”(미전실 임원회의 주요 내용)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예측과 달리, 2011년 6월 서울행정법원은 황유미씨 등 2명의 백혈병은 “업무 수행 중 벤젠 등 유해물질과 전리방사선 노출에 따른” 업무상 질병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삼성은 당당했다. 2011년 7월 인바이런사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 공장의 “작업환경이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당시 세부 조사보고서는 비공개했다. 다만 암이 발병한 퇴직자에 대한 지원계획을 발표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은 “함께 근무했던 동료로서 아픔을 나누고자 비록 질병의 원인이 과학적·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의 속내는 피해자를 지원함으로써 “환자와 (피해자) 유족들을 배후 조종하는 불순세력(반올림)을 분리시킬” 목적이었다.((삼성)전자 백혈병 출구전략 관련, 2011년 8월2일)


② “백혈병 발병률 높다” 인정하면서도

삼성의 ‘출구전략’(암 발병 퇴직자 지원계획) 발표는 오히려 반올림과 피해자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회의 주요 안건은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삼성전자) 백혈병 이슈가 악용될 공산이 큰바, 의혹 해소를 위한 공세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윤아무개 미전실 기획팀 상무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수가 한나라당이 8명, 민주당이 4명이나, 19대 총선 이후 역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회가 실질적으로 개원하는) 7월부터 백혈병 이슈가 재점화될 수 있으므로 상반기 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상황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1심에서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 황유미씨 사건 등의 항소심 선고를 ‘미룰지 당길지’도 검토했다. 


반올림이 주장하는 삼성 직업병 발병자 수가 부풀려졌다며, “(반올림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이에 대해 임원들은 “고소하면 삼성전자에서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우리 쪽 자료(인바이런사 조사 결과 보고서 등)를 오픈하는 것이 불가피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금용 부사장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중략) 노출 가능성이 있다고 솔직히 오픈하고 털고 가자. 공격적으로 (인바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해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보자. 질질 끌다가 공개하면 불신만 키운다. 합리적 판단보다는 대승적 결정이 필요한 시기다.”

③ 해결 협상에서 또다시 ‘이격’ 전략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발병률이 높다’고 인정한 정 부사장은 “△(인바이런) 재조사 결과 공개 여부·시점·방법 △항소심 선고 지연에 따른 유불리 △사회적 책임을 위한 출연금 기부 △암 발병자 추가 지원 등 출구전략 방안을 재검토”해 ‘백혈병 이슈 종결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실제 이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10월 항소심 재판을 지속할 것이 아니라 ‘법적 조정을 받아보자’고 삼성이 반올림에 협상을 제안한다.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씨는 “(삼성과의) 실무협상에서 반올림 쪽은 사과·보상·재발방지 대책을 교섭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반면 삼성은 보상 먼저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16967603825582.jpg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일지



④ ‘공개수배자’ 비슷한 우수고객 명단

미전실 문건 가운데는 삼성이 백혈병 피해자 가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 2012년 4월18일 미전실이 작성한 ‘우수고객 명단’을 보면,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적혀 있다. “황상기, 남, 57세, 고 황유미 부친, 백혈병 관련 핵심인물, 외골수·다혈질 성향, 키 160㎝, 보통 체형.” 이 밖에 삼성이 지목한 ‘문제 인력’과 삼성물산의 경기도 과천 재개발에 반대하며 시위했던 이들을 ‘우수고객’으로 분류했다. 제목만 가리면 ‘공개수배자’ 명단과 닮았다. 


“말로 폭탄을 엊어맞은 느낌이다. 정말 비통한 심정, 억울함이 몰려온다. 삼성 앞에서 시위하고 농성한 것은 우리 (딸) 유미가 백혈병 걸린 이유를 밝히라고, 산재를 인정하라고 한 것이잖아. 산재 피해자 부모한테 ‘우수고객’이라니,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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