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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가 같은 노래 또 내는 이유(feat. 마스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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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가 같은 노래 또 내는 이유(feat. 마스터권)[딥다이브]

21세기 최고 팝스타 하면 단연 이 사람이죠.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콘서트로 미국 지역 경제를 흔들고(소비 급증), 땅까지 흔드는(공연장 진동이 규모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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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테일러 스위프트가 뮤지션 권리 찾기 투쟁의 선봉에 서있다는 걸 아시나요. 자신의 초기 앨범 6장에 대한 마스터권을 되찾겠다며 일종의 ‘재녹음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도대체 마스터권이 무엇이길래 세계 최고 스타가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스트리밍 시대, 달라지는 제작사와 가수의 권력 관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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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가 10월 27일 ‘1989(테일러스 버전)’ 앨범을 발매했다. 2014년에 나와 대히트를 쳤던 음반을 재녹음했다. 1989는 그녀가 태어난 해이다. AP 뉴시스
 
 
 
저작권과 마스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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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똑같은 노래를 다시 불러서 재녹음할까요. 마스터권(master rights) 때문입니다. 재녹음을 통해 스위프트 본인이 그 음원에 대한 마스터권을 갖기 위해서인데요.

마스터권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까요. 음악에 대한 권리는 좀 복잡한데요. 일단 크게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으로 나뉩니다. 아시다시피 저작권은 창작자(작사가와 작곡가)가 갖는 권리이죠. 만약 나중에 누군가가 그 음악을 커버(재연·리메이크)한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로 싱어송라이터인 테일러 스위프트는 본인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했기 때문에 저작권은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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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권을 가진 음반제작사는 스트리밍 수익에서 가장 많은 몫을 가져간다. 국내의 경우 그 비율이 48.3% 수준이다. 자료: 한국음반산업협회
 
 
저작인접권엔 두가지가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연주한 사람(가수·연주자)의 저작실연권, 그리고 제작자의 마스터권이죠. 음반제작사는 돈을 들여서 악보 상태이던 곡을 녹음해 음반이나 음원으로 만드는데요. 이 녹음된 결과물이 바로 마스터입니다. 마스터 보유자는 그걸로 음반을 만들어 팔거나 스트리밍서비스(스포티파이·유튜브뮤직·멜론 같은)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죠. 보통 음원이 스트리밍될 때 작곡가나 가수보다 제작사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도 마스터권 때문입니다.

공연이나 라디오· 영화·TV·게임·광고에서 음악을 가져다 쓰려면 마스터권을 가진 제작사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노래를 부른 가수라고 해도 마스터 보유자가 거부하면 그 음원을 공연에서 쓸 수 없죠.
 
 
 
마스터는 누구 소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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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계약 만료를 앞둔 스위프트는 6개 앨범 마스터를 자신이 가져오려 했지만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빅머신레코드 측이 너무 까다로운 조건(재계약하고 새 앨범을 1장 낼 때마다 과거 앨범 1장의 마스터권을 돌려주겠다)을 내걸어 포기한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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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스위프트를 격분케 한 소식이 나옵니다. 빅머신레코드가 스쿠터 브라운의 이타카홀딩스에 인수되면서, 스위프트 앨범의 마스터가 몽땅 넘어갔다는 뉴스였습니다. 본인과 상의 없이 마스터권이 넘어간 것도 충격이었지만, 무엇보다 구매자가 브라운이라는 점에 분노했죠.

이해를 돕기 위해 배경 설명을 좀 하자면,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유명 연예기획자입니다. 스위프트와 악연이 깊은 래퍼 칸예 웨스트도 매니징했죠. 칸예 웨스트는 2016년 스위프트를 ‘bitch’라고 욕한 노래를 발표하고, 이에 항의한 스위프트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는데요. 당시 저스틴 비버까지 웨스트 편을 들고 나섰습니다. 이 일로 스위프트는 4년 동안 엄청난 조롱에 시달렸는데요(2020년에야 통화 내용 공개로 누명 벗음). 이들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은 스위프트에겐 적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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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는 2019년 6월 스쿠터 브라운이 자기 노래의 마스터권을 사갔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의 글을 올리면서 위의 이미지를 함께 공개했다. 2016년 칸예 웨스트가 스위프트를 공격했을 당시 저스틴 비버가 이에 동조하는 듯한 인스타그램을 올렸고, 그 게시물 속 사진에 스쿠터 브라운이 비버, 웨스트와 함께 웃고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스위프트 텀블러 게시물
 

스위프트는 곧바로 블로그 플랫폼 텀블러(Tumblr)에 분노를 꾹꾹 눌러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본질적으로 내 음악적 유산은 그것을 해체하려는 누군가의 손에 넘어갈 것입니다. 이것은 나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내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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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프트의 재녹음 선전포고
 
두 달 뒤인 2019년 8월, CBS 인터뷰에서 스위프트가 선전포고를 합니다. “내 음악을 다시 녹음하겠다”고 한 겁니다. 과거 음반을 재녹음하면 새로운 ‘마스터’가 형성됩니다. 오리지널 마스터를 되찾을 수 없다면, 아예 새로 만들겠단 뜻이죠. 기존 마스터권을 무력화시키고 음악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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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디에라스 투어’의 한 장면. AP 뉴시스
 
 
사실 그때까진 설마 스위프트가 진짜 재녹음하진 않을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한창 전성기인 슈퍼스타가 지나간 옛 노래를 다시 녹음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기란 쉽지 않죠. FT에 따르면 스쿠터 브라운 측은 마스터를 되팔기 위해 접촉한 투자자들에게 ‘실제론 스위프트가 재녹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오히려 스위프트와의 논쟁이 홍보 효과를 일으켜서, 사람들이 옛 노래를 더 많이 듣게 됐다고도 설명했죠.

하지만 스위프트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2021년 4월 ‘Fearless(Taylor‘s Version)’를 시작으로 이번 ‘1989(Taylor’s Version)’까지, 4개 앨범을 재녹음해 발매했습니다. 그리고 공언한 대로 앞으로 남은 2개 앨범도 재녹음해 내놓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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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숫자로 확인됩니다. 빌보드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Fearless’의 테일러스 버전은 14억7000만 번, 오리지널은 6억8000만 번 스트리밍 됐습니다. 배 이상 차이나죠. ‘Red’는 테일러스 버전(28억6600만 회)과 오리지널(4억7600만 회)의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FT의 팝 평론가 루도빅 헌터 틸니는 최근 기사에서 “1989 테일러스 버전은 이전 재녹음 앨범보다도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스위프트의 캠페인이 성공한다면 그의 첫 6개 앨범에 대한 권리는 좌초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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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위프트는 음악산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스위프트에 자극받아 옛 노래를 다시 녹음했거나 하겠다고 밝힌 아티스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계약할 때 마스터 보유권을 요구하는 아티스트도 많아지고 있고요. 이에 대응해 음반제작사들은 아티스트들의 로열티를 높여주는 대신 재녹음을 제한하는 기간을 더 늘려잡으며 대응하는 추세라고 합니다(녹음 완료 뒤 5년이던 제한 기간을 7년으로 늘리는 식). 스트리밍시대에 달라지는 제작사와 아티스트의 권력 구도가 흥미롭습니다.


스위프트의 재녹음을 예민한 슈퍼스타의 과민반응이나 돈을 더 벌기 위한 쉬운 선택 쯤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그렇게 간단히 볼 일이 아닙니다. 아티스트 권리의 새 장을 여는 큰 전환점이 될 실험이라 평가할 만합니다. 대중음악 업계가 그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By.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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