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빠져들 수 있을까?'…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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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제정신 아니야. (내가 살인했다고) 그렇게 확신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딸이 사람을 죽인 것 같다. 모든 정황이 딸을 가리켰다. 그의 가방에 달린 키링에선 2건의 살인 사건 증거가 나왔다.
결단이 필요했다. 아빠가 "너 대화산에 있었던 거, 확인됐다"며 자수를 권했다. 경찰이자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같았다.
그런데 딸이 묻는다. "(친구가) 왜 죽었냐"고. 자신을 의심하는 아빠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냈다. "사람은 보이는 걸 믿는 게 아니라 믿는대로 봐"라고 쏘아댔다.
MBC-TV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자식에 대한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이야기다. 모범생인 줄만 알았던 딸이 강력 범죄에 얽혀 있는 것.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내가 부모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딸을 진정으로 위하는 건 무엇일까? 그럼에도, 맹목적으로 믿어줘야 할까?
딸의 질문처럼, '확신'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진짜 범인의 정체가 나오지 않은 상황. 아빠가 아이를 오해한 게 아닐까? 딸을 향한 편견이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린 건 아니었을까?
◆ 이토록 흥미로운 스토리
웰메이드 부녀 스릴러가 찾아왔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지난 11일 첫 방송돼 중반부를 향하고 있다. 최종화까지 단 6회 남았다.
매회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극 초반, 흥미로운 소재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딸의 살인을 의심하는 아빠를 그리며 명품 장르물의 탄생을 알렸다.
3회부터는 충격적인 반전이 이어지고 있다. 딸이 경찰에 진술한 알리바이가 가짜였던 것. 차 트렁크 속 현금다발을 이용해 아빠를 수사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죽은 엄마에 관한 비밀 또한 경악할 만하다. 딸이 가출팸을 뒤쫓은 이유 역시 짐작과는 전혀 달랐다. 반전에 반전을 덧입혔다.
스토리의 힘이 상당하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지난 2021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이다. 한아영 작가가 집필했다. '거북의 목을 노려라'라는 제목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미스터리를 촘촘하게 쌓았다. 아빠가 딸을 의심하는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청자 역시 장태수(한석규 분)의 시선을 따라가도록 의도했다. 그러고는, 예측을 보기 좋게 비틀었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계속 거짓말하는 딸, 수사 원칙을 위반한 경찰, 전혀 다른 성향의 신입 프로파일러, 집주인과 세입자의 기묘한 관계 등이 긴장감을 높였다.
◆ 이토록 세심한 연출
치밀한 연출 또한 시청 포인트 중 하나다. 송연화 PD가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미장센을 완성했다.
장면 하나 하나, 신경쓴 티가 난다. 일례로, 송 PD는 이들 부녀의 거리감을 주방 식탁에 대입했다.
두 사람이 식탁 끝에 앉아 식사하는 장면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태수와 딸 하빈(채원빈 분)의 단절된 관계를 에둘러 표현했다.
그림자도 인물을 나타내는 장치로 사용됐다. 거짓 알리바이에 좌절하는 아빠 주변에 시커먼 그림자를 배치했다. 딸의 그림자는 2개로 나뉘었다. 겉모습과 다른 내면을 상징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품 역시 의미심장하다. 하빈이 경찰서에 들고 간 쇼핑백에는 '빌리브'(beLIEve)라는 영문 글자가 적혀 있다. '믿다'(believe)라는 의미다.
하지만 어떻게 끊어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착각하게 만들다'(belie), '거짓말하다'(lie)라는 단어를 숨겨뒀다.
각각의 장면에 쓰인 음악들은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클래식 악기들을 이용한 오리지널 연주곡으로 미스터리한 무드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