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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쾌청하지요 공연히 날씨 이야기만 하게 되어도 저절로 믿어지는 사랑이 있다: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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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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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백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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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의 그림자를 쓰는 동안 저는 그래서 무척 조심해야 했습니다. 은교씨와 무재씨는 조심스럽게 대화를 해야 했고 저는 더 망설이면서 말을 골라야 했습니다. 조심하는 마음, 그것을 아주 많이 생각했고 그런 걸 세상에 보태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조심했는지, 은교씨와 무재씨의 대화에 누가 될까 싶어 책이 출간되고도 작가로 나서서 말할 기회를 아예 갖지 않았습니다.

거의 십삼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의 폭력은 더 노골적인 쪽으로 그걸 감추는 힘은 더 교묘하게 감추는 쪽으로 움직여 왔습니다만, 그간 전야를 생각하는 일과 조심하는 마음을 저는 단념하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소설을 읽어준 독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작가의 말








나희덕그곳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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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푸른 밤」







황모과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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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90년 당시 “백말띠 여자가 드세다”라는 속설로 인해 여아 선별 임신중지가 이루어졌던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삼는다. 이야기는 1990년생 여자들이 모두 태어난 가상의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엉망이 되면서 시작된다.
황모과의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임신중지를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성과 이로 인해 사라진 여자들을 복원하는 이야기다. 누구나 알지만 마치 과거의 미신적 해프닝처럼만 기억되던 사건을 두 갈래의 평행세계로 불러와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지금-여기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이 세계는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지에 관하여.

이 책은 분명 당신을 향해 있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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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회사에서 먹는 점심 식사는 가장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먹는 밥이라는 점에서, 때로는 입안 가득 떠 넣는 한 숟갈이 참으로 버겁게 느껴진다. 어떠한 목적 없이, 저마다의 밥벌이를 위해 좁고도 넓은 대한민국을 돌고 돌아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끼리 취향 따위 고려하지 않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허겁지겁 먹는 식사는 얼마나 애석한가.

원도, 다짜고짜 뭐 먹을 거냐니

지나갈 거야 오늘 밤도
매일 아침에 해가 뜬다는 거
어쩐지 기적 같지 않니

어젯밤엔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오는 게 지옥 같다고
적어놓고
오늘은 네게 그런 말을 했다

백은선, 향기







여자작가의 신간 세 권과
점심과 함께 가볍게 꺼내먹기 좋은
앤솔로지 두 권을 가져왔어


글 속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기를 바라


마침내 책으로도 만나게 되기를 바라



제목은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속 강혜빈 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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