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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첫날엔 주진우 자르더니 둘째날엔 엉뚱하게 대국민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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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박민 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이춘호 전략기획실장, 김동윤 편성본부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임세형 제작1본부장, 조봉호 경영본부장과 함께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권우성

 
박민 KBS 사장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문을 모두 읽어내려간 후 굳은 얼굴로 단상 앞에 나왔다. 박 사장의 양 옆으로 이춘호 전략기획실장, 김동윤 편성본부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임세형 제작1본부장, 조봉호 경영본부장이 나란히 섰다. 이들은 90도 가까이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장은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만이 울려퍼졌고, 이들은 10초가 넘게 고개 숙인 자세를 유지했다.

14일 박민 KBS 사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열린 KBS 아트홀 앞은 오전 일찍부터 경비 인력이 대거 배치된 상태였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20여 분 전, KBS 아트홀 출입문 앞에는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노조원 20여 명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중단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박민 사장이 나타나자 "박민 사장 물러나라", "당신이 사과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1500만원 받은 박민 자격 없다"고 외쳤다.

면담을 요구하던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경비 인력에 제지당했고, 박 사장은 별다른 언급 없이 기자회견장으로 진입했다. 양측간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공정성 잃은 KBS 보도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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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박민 사장이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는 가운데, 언론노조 강성원 KBS지부장과 조합원들이 일방적 방송 진행자 교체, 프로그램 폐지 등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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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박민 사장이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박민 사장은 단상에 나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공정성을 잃은 KBS 보도에 대한 사과"였다. 취임 첫날인 지난 13일 KBS라디오를 진행하던 주진우 기자가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고 KBS 2TV '더라이브'도 다른 방송으로 대체되면서, 박민 사장의 방송 '공정성'에 대한 방향과 의지는 명백히 드러난 터였다. 

박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는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면서 "몇 년간 공정성 비판이 거듭됐지만, 형식적인 사과나 징계에 그쳤을 뿐 과거가 되풀이됐다. 앞으로 이런 사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김만배 인터뷰 보도, 오세훈 서울시장 생태탕 보도, 검언유착 오보, 윤지오씨 인터뷰를 공정성 훼손의 대표적인 사례 네 가지로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불공정 편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이 내놓은 대책은 무분별한 속보 경쟁과 익명보도 자제, 팩트 체크 활성화, 정정보도 뉴스 첫머리 보도, 의도적인 오보에 대한 국장과 본부장 문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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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박민 사장이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석자는 이춘호 전략기획실장, 김동윤 편성본부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임세형 제작1본부장, 조봉호 경영본부장.
ⓒ 권우성

박 사장은 또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그는 "명예퇴직을 확대 실시해서 역삼각형의 비효율적인 인력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그래도 인력 이용의 효율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십 년간기자로 근무했고 논설위원까지 했던 박 사장은 "공정성 기준은 가 기준이 되는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문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고 신문사에서 갖는 다양한 입장들이 반영돼 어울리면서 국민 여론을 반영한다"면서 "그렇지만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는 공정성이다, 신문사에서 입장을 가졌던 것과 공영방송 KBS가 갖는 기본적인 책무와 역할은 다르다"라고 밝혔다.

 

간부 인사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박 사장은 "공조직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 CEO를 중심으로 책임자를 통해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다른 방식, 외부의 영향력이 더 많이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본부장을 중심으로 본부장 능력과 성과, 또 사내 안팎의 평가를 중심으로 해서 인사를 하도록 (했다)"면서 "그 분들이(본부장들이) 전권을 가지고 본부 내 인사를 하도록 했다, 각 실국 내 국장과 부장에 대해 (인사) 개입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취임하자마자 주진우 기자 하차, 더라이브 편성 삭제 등을 단행한 것과 관련해 박 사장은 "특정 프로그램의 개폐나 방향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 방송중인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서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했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은 적당한 대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는 있다"고 했다.

"김만배 보도는 명백한 문제, 방심위 결정 수용" 

박 사장은재직 당시 아웃소싱 회사를 자문해 15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과 관련해 "권익위에서 현장 조사를 나와서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 나온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김만배 인터뷰 보도'에 대해 KBS에 과징금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해서는 "보도 경위나 내용을 보니까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 방심위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에 대해 KBS가 헌법소원을 낸 것에 대해선 "전 집행부에서 헌법 소원을 제기했는데 지금 한전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그래서 지금 헌법소원을 유지할지 취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는 적절할 시간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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