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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최루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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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학번입니다. 

대학 가기 전 최루탄을 맞거나 맡아본 적이 없습니다. 

입학 후 1학년 때 통일 선봉대에 참가해 진주에서부터 올라오다 대전에 입성해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학생운동 인사 면회 투쟁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경들과 대치하다가 

저녁 6시였나 진압을 예고하더니 전경들이 방독면을...

전경들에 둘러 쌓여 앉아있던 우리는 비닐 우의를 꺼내 덮고 마음의 준비를 했죠. 

드뎌, 펑 펑 후두둑... 

최루탄이 터지고 파편이 비닐 우의 위로 떨어지더니

화약 냄새가 살짝 느껴지지마자 컥!!! 

사방에서 흐느낌과 비명 소리가 커지더니

한참 뒷열부터 뜀박질 소리가 나는데 지도부 선배들은 대열 유지를 외치고

그렇게 눈도 못뜨고 조금 더 견디다가 제 주위 모든 이들이 우루루 퇴각하는 소리와 함께 저도 미친듯 대전 교도소 앞 논길을 달려 탈출했네요. 

한참을 달리다가 눈을 살짝 떠보니 저를 포함한 주변이 온통 아수라장.

토하고 울부짖고... 

숨이 막히듯 헐떡이다 '이러다가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부터 조금씩 진정이 됐던 것 같네요. 

서로 치약 발라주고 담배연기 뿜어주고... 

그렇게 난리를 치루고 무슨 패잔병들처럼 충남대까지 걸어서 복귀. 

열흘 조금 넘었던 통일 선봉대 여정 중 하루를 꼬박 할애한 일정인데

복귀하는 내내 '오늘 우리가 한 게 무슨 의미가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네요. 

그 날 면회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정확히는 지도부)가 면회를 요구했던 그 학생 운동 인사가 전대협 2기 의장이자 현직 수박 ㅅㄱㅅ...

뭔가 억울하단 생각이 가끔 불쑥...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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