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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열한살 아들과 장기 대국 결과와 훈육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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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울메이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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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살 아들은 장기를 거의 처음 둬보는 상황입니다

(예전에 한두어판 두고는 어렵다고 안함 ㅋ)

 

학교에서 친구와 체스를 뒀는데

 

일곱살 때부터 체르를 둔 친구를 이겼다며 

 

체스와 비슷한 장기로 저에게 도전을 하더군요 ㅋ

 

아이는 기물의 움직임 조차도 외우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 여덟살 무렵이었던 거 같은데 그 때 가르쳐주고는)

 

학교에서 방과후로 한자를 하다보니

 

한서의 한자는 아는데

 

초서의 한자는 모르더군요

 

그래서 한으로 하고 싶다고 하길래

 

유방이 이겨서 상수가 한나라를 해야한다고 이야기 해줬네요 ㅋㅋㅋ

 

여튼 그렇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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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리 세판 뒀네요

 

첫판을 지고는 표정이 바뀝니다

 

웃음기가 싹 사라진 표정으로 한판 더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판 더 했는데

 

두번째판 지고는 표정이 굳어지는 게 확연히 보입니다

(이 눔 시키 포커치면 안되겠습니다 ㅋ)

 

차포 떼고 해주겠다고 하니 싫다고 강하게 거부합니다

 

 

세번째 판에서 

 

세가 기울어져 가는 걸 보면서

 

한수 한수에 경우의 수를 나름 따져보고

 

한수 한수에 후회를 쏟아 부어 내더군요

 

제가 기물을 따먹을 때 마다 

 

자책을 강하게 하더군요

 

그렇게 궁지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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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막혀 초나라의 노래가 들리는 듯합니다.

 

홀로남은 사가 패왕의 마지막을 보내는 우희 같아 안스럽습니다

 

저는 기권을 강권했으나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수를 생각하겠다고 합니다.

 

해하를 건너는 항우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그렇게 30여분 혼자 머리를 쥐어뜯으며(진심 까치머리가 됨 ㅋ) 고민을 거듭하다

 

제가 다시 한번 기권을 권하고 

 

조용히 지키던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패장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고 저도 같이 30여분을 앉아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렇게 일어나는 제 눈을 바라보더니만

 

휙 돌아 앉더니 등 뒤로 손을 휘저어

 

장기판의 기물을을 흩어버립니다.

 

그렇게 세번째 대국은 끝이 났습니다.

 

 

아이에게 초심가가 숙련자에게 이기는 건 불가능 한 일이라는 걸 이야기 해줬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부여 잡은 건 대단하다고 칭찬도 했습니다만

 

아이는 승부에서 패한 분함이 가시지 않는가 보더군요

 

온 몸으로 나 화났어를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진정을 시키려고 노력했고

 

그러면서 

 

감정과 사회 생활, 규칙에 대해 짧게 이야기 했습니다.

 

이기고 싶은 마음

 

져서 분한 마음

 

이 모든 게 의미가 있는 감정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 감정만으로 이후의 태도를 만들면

 

사회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에 있어서는 문제가 된다고만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는 공부시간이라 공부를 하게 되었구요

 

 

 

어제 자기 전에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아

 

'건방이의 초절정 수련기'를 읽으며 낄낄거리고 있더군요

 

아까 화난 건 풀렸어? 라고 물으니

 

웃으며 네 아빠 이러더군요

 

 

 

오늘 아침 출근 준비하며

 

감정의 온당함과 그 감정의 갈무리에 대해 생각이 계속 나기에

 

간단히 쪽지를 적어 놓고 출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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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체스를 사서

 

둘 다 처음 배우는 놀이로 승부를 내봐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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