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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번째 캠핑 다녀왔습니다. - 담양 병풍산 백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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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운거좋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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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입니다.

저역시 그랬고 직장인들에게 월요일은 족쇄와도 같습니다.

다시 월요일입니다.

백수에게도 월요일은 남다르지 않습니다.

휴일이면 휴일탓으로 눈치라도 덜 보겠지만 월요일은 그 다음날 화요일이나

그 다음날 수요일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다름이 없는 날들이 일주일에 '이레'입니다.

 

겨울입니다.

가을에 직장을 그만두었으니 한계절이 지난것인데 날짜로는 한달입니다.

다시 겨울이 왔습니다.

이번 겨울은 더욱 길고 추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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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번째 백패킹은 담양에 위치한 병풍산으로 다녀왔습니다.

예전부터 다녀오려고 했지만 거리도 멀고 다녀야할 산이 많기에 미루고 미루어왔습니다.

담양에 다다를 무렵 아직까지 단풍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올해 단풍을 보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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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기간입니다. 12월 중순까지는 다닐수 있는 산이 제한적입니다.

문득 병풍산이 생각이납니다. 담양군청에 전화로 문의를 해봅니다.

산을 올라도되냐고 물어본다는 것이 잠을 자고가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산방기간과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받고 차로 4시간30분을 달려 들머리에 도착을 합니다.

 

월요일이라 사람이 없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차들이 주차장에 모여 있습니다.

산 둘레길로 산책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산 하는 길에 일부러 둘레길로 내려왔는데 시간되시면 다녀오셔도 될만큼 예쁘게 꾸며져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진만큼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써야합니다.

산위에서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안전하게,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정도의

준비는 해가야합니다.

 

옷을 정비하고 등산화로 갈아신고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코스가 짧다보니 초반부터 급경사입니다.

3주만에 나온것 치고는 호흡소리가 민망할정도로 크게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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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마저 다 떨어진 나무들탓에 산의 속살이 그대로 보여집니다.

봄 여름 가을 나뭇잎과 꽃으로 가려져있을 산일테인데, 한겨울 하얀 눈에 뒤덮일 산일테인데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간절기라 꼴이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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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히 자라난 나무만 보아도, 걸을때마다 올라오는 땅의 내음도 이산이 원래 명산임을 알게해 줍니다.

지금은 잠시 겨울을 나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뿐입니다.

몇개월이 지나 다시 봄이 되면 새로 자라날 새싹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고 있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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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오를수록 가파라지기 시작합니다.

산을 오르는 두 발목이 심하게 들썩입니다. 허리는 굽어져 머리가 땅에 닿을 지경입니다.

이 산에는 평지란 없나봅니다. 

아무리 높은 산도, 아무리 낮은 산도 머리를 조아리고 사람을 공손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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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무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무의 형태며 무늬며 저마다의 세월을 지니고 있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나무의 과거를 알게되는 초능력은 필요없습니다.

그 기나긴 시간의 바람과 눈과 비를 이겨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허튼짓 하번 못할정도로 경이롭습니다.

나무는 저에게 늘 존엄의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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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길 같지만 짧은 구간의 외솔길입니다. 

곧 오르막이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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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흘러 겉옷을 하나 벗습니다.

오르막 정상을 오르니 처음으로 전망이 트입니다.

뭉게 뭉게 구름이 있는 하늘을 좋아합니다.

앙상한 가지위에 파란 하늘은 산을 더 애처롭게 만들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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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광주도 보입니다.

날씨가 그리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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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오르니 외진곳에 간간이 눈이 보입니다.

몇일 전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하루이틀 기온이 올라 다 녹아버리고 

곳곳에 얼음처럼 다 녹지못해 남아 있습니다.

올해 첫눈은 맞지 못했지만 직접 만져보기는 합니다.

눈보다는 얼음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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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오를수록 진기한 모양의 나무들이 보입니다.

바람이 저리만들었는지 본인의 의지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것이 순응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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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과 꽃을 볼 수 없으니 땅위로 빛나는 이끼가 눈에 들어옵니다.

눈이 부실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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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렇게 높은곳에 돌탑을 세워놓았을까요. 그 뜻이 닿아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 사람에게는 간절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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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봉우리인 투구봉에 오릅니다.

정상석이 작아 발견을 못하고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주변으로 작고 큰 바위들이 같이 묻혀있어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크기는 사람머리보다 조금 작은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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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물을 마십니다. 사방이 뚫려있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날씨탓에 내일이면 이 바람이 얼음장처럼 느껴질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시원합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정상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좋다고하니 쉬어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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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으면 원래 머무르려고 했던 박지입니다.

오늘은 바람이 꽤 불어옵니다. 목숨걸고 백패킹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기회로 미루고 정상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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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를수록 솟아나는 풍경들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그러면 보고 오를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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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병풍산정상인 천자봉이 보입니다. 

주변이 휑한탓에 가까운것인지 먼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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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봉 옆으로 놓여진 바위들이 병풍같다고 하여 병풍산이라고 한다는데 병풍같은가요?

봄이되고 나뭇잎이 파랗게 물들면 좀 달라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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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빛이 남다른 나무 한그루가 서 있습니다.

명인의 붓길이 닿아있는 듯 감상을 해봅니다.

산위로 담겨있는 수묵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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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왜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는지 알겠습니다.

이렇게나 탑이 높고 넓은데 제 소원을 들어줄 차례가 올까요.

그래도 작은 돌 하나 주어 얹어 놓고 무사산행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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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가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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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 세월에는 무심하다는 듯 당당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 있습니다.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니다. 허기야 서로의 인생을 모르니 시기할것도 부러워 할것도 아닙니다.

서로에게 던져진 삶을 살아가면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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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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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지는 정상에서 조금 더 가야합니다.

바로 앞에 박지가 보입니다.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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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에 몇분 후 박지에 도착을 합니다.

이곳이 오늘 하루 제가 머물다갈 박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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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에너지 음료도 맥주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심란해진 마음탓에 이것저것 빼먹고 온것도 있습니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콜라를 하나 가져와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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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5시가 다되어 가고 이곳은 정상을 지나야 하는 곳이기에 애써 여기까지 올라올 등산객은

없습니다. 일찍 텐트를 설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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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몰시간은 30분이나 남았는데 정상봉우리가 가리고 있는 탓에 산그림자가 일찍 드리워집니다.

해는 넘어가지만 일몰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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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와 5m 거리에 이름모를 묘지가 있습니다.

관리가 안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가 왜 이곳에 묘지를 썼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룻밤 잘 지내다 간다고 묵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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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봉우리탓에 일몰아닌 일몰을 보내고 일찍 저녁을 먹습니다.

오늘도 컵라면에 삼각김밥입니다. 역시 맛이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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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으로 하직 해가 남아 있어 산책을 해봅니다.

산책이라 그래봐야 주변을 몇걸음 옮기는게 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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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시간이 지나니 빠르게 주변이 어두워집니다.

멀리 광주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보입니다.

산에서 보는 서울야경은 싫은데 광주시의 야경은 아름답습니다.

찬바람을 맞아가며 30분을 넘게 구경을 합니다.

밤에 보는 광주시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려면 병풍산을 오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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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텐트 사진 한장 찍고 잠자리에 듭니다.

바람소리가 심해 잠을 잘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며 유튜브를 봅니다.

걱정과는 다르게 신경안정제를 다 먹기도 전에 잠에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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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깊은 잠을 잤습니다. 제방에서도 잠들기 힘들었던 날이 더 많은데

머리가 맑아질정도로 잠을 잘 잤습니다. 10시에 잠들어 알람소리에 잠을 깨었습니다.

무려 8시간30분을 잤습니다.

산에서 잘때 보통은 알람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알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처음인것 같습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소리와는 상관없이 따뜻하고 깊은 잠을 잤습니다.

이곳이 명당인가 봅니다.

 

문을 열고 나가봅니다.

아직 일출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운해가 한 가득 퍼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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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이 시작되기 전에 배낭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이른 새벽에 이곳까지 올라올 등산객은 없겠지만 습관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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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까지 다 접고나니 일출이 시작됩니다.

어제 야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듯 오늘은 일출을 숨이 멈춘 듯 바라봅니다.

산 위에서의 일몰과 일출은 중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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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삼아 이런짓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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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믹스 커피 한잔 마시며 나머지 감상을 합니다.

행복이 별거냐고 하지만 다시 산밑으로 내려가면 행복은 별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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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산에 가는 이유는 정상을 오르려는 것이 아닙니다.  길을 찾기위한 것입니다.

오늘도 아니온 듯 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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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을 합니다.

왕복 8시간의 운전은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래서 주로 강원도로 많이 다니게 되지만 산방기간이라 다닐수 있는 산들이 제한적입니다.

 

어머니께 광주까지 다녀왔다고 하니 그렇게 멀리 갔다왔냐고 놀라십니다.

광주에 친척동생들이 많이 사는데 이왕이면 보고오지 그랬냐고 하십니다.

내 처지가 좋다면 기분좋게 사촌동생들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고 올 수있습니다만

요즘 제가 자격지심이 심합니다.

큰 숙모께는 안부 전화는 드리고 왔습니다.

 

산에서는 오늘까지 가을이고 다음부터는 겨울입니다.

준비 단단히 하고 다녀야 겠습니다.

 

아마도 다음에는 섬으로 다녀오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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