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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인생을 바꿔주신분의 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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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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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전 여친의 이모 할머니의 사돈어른이 되시는 분입니다.

 

 

그날도 평소 데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날이었네여.

깔끔하게 입고 나오라는 주문에 어울리는...

옷사는데 쓰는 돈을 제일 아까워하던 놈이 가진

제일 멀쩡한 옷을 입고

그렇게 만났습니다.

 

차를 몰고 한인타운에 있는 떡집으로 가서

그 날 아침에 만들어진 산자를 픽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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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음식점에서 대구지리를 픽업을 해서

30분정도지나

어느 요양원에 도착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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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만나는건지 물음에 대답은 없이

한껏 들뜬 모습으로 이런 저런 준비한 것들을 가지고

병실로 들어가니 

 

할머니로 짐작되는 분이 누워계셨고

저는 인사를 드리고

문옆에 서서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더군여.

 

간호사분에게 부탁하여 

잠깐 산책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아

휠체어를 가져와 

조심, 아주 조심해서 할머니를 부축해서 
나간 바깥날씨는 다행히 아주 좋았네여.

 

16992924025102.png

 

이런 느낌의 날이었던 기억입니다...

 

한적한 벤치에 자리하고,

대구지리를 한입 한입

떠 먹여주던 모습에서..

 

아마도 그때 였던거 같네여.

이 여자는 세상이 나를 손가락질해도 

내 옆에서 이렇게 있어주겠구나...

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했을때가..

 

산자까지 마지막으로 드시고 

다시 모시고 들어와 

자리하실때까지 

말이 없으시다가

 

말씀하시기 힘든 상황에도

알아들을때 까지

여친의 귓속에 뭐라뭐라 말씀을 하셨고

여친이 금방 울거같은 모습을 뒤로하고 돌아서자 

저를 불러 

아무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셨네여.

 

중3때 헤어진 저를 길러주신 외할머니의

손길이 생각나 울컥했지만 

눈물을 보일수 없어

어떻게든  끝까지 참아 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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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전 여친은 아내가 되어

그 떄 할머니가 뭐라하셨나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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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한단어 한단어

'살아도 되겠다...그냥 이불만 가지고 살아라'

고 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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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머니께서는 

계속 병상에서 투병을 하셨고

시간이 주어질때 마다 할머니를 방문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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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때 저희를 떠나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저희를 맺어주셔서

그렇게 결혼을 하고...

 

 

결혼 기념일날 

저희의 조카가 태어나고...

 

 

결혼 기념일날

저희를 떠나셨네여..

 

 

많은 감정이 생기는 날이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날 만큼은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는겁니다...

 

끝까지 기억할게여

사랑해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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