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내미는 일도 쉬운게 아님을 배운 사연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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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고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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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니 "도움"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생각납니다
1. 어릴적 작은예수회라는 지역 복지시설에 자주 봉사활동을 갔습니다
지체장애 1~2급, 시각장애 및 신체일부가 소실되시거나 다운증후군 및 중증 장애를 가진 분들을 도왔고, 버려진 아가들(신생아 기저귀 갈기 등등), 기타 손실가정 아이들과 놀아주기 한글 숫자 등등 가르쳐주기 등등 많은 분들과 부대끼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모두와 적당히 안면도 튼 시점...
양쪽 다리를 사고로 잃은 어르신이 한 분 계셨습니다
평범하게 봉사를 하던 중
이 분이 앉아계시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셨죠
다급한 마음에 엉겁결에 부축을 해드렸는데
크게 화를 내시며 저를 뿌리치시더라구요 ㄷㄷㄷ
(당시엔 어린마음에 너무놀라 울기도 했었죠 ㅋ)
얼마의 시간 뒤에 그 분이 슬쩍 다가와 한마디를 해주셨습니다
"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섣부르게 손내밀지마라 상처다"
2. 성인이 되고 지하철에서 껌을 파시는 노인분을 만났습니다
전 자리에 앉아있었고 앉은 무릎위에 딱한 사정과 함께
껌은 개당 5천원이라고 적혀있더군요
어려운분을 도와야지 마음에 만 원을 드렸습니다
말씀하시기 어려운 분이셨는지 손짓으로
5천원 한 개 5천원 하시더라구요
저는 괜찮다고 만 원 다 가지시라고 했습니다
그 때 그 분 눈빛을 잊을 수 없네요
"경멸 동정 분노"랄까요...
그제서야 알겠다며 죄송하다고 오천원을 드렸고
노인분은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셨습니다
3. 좀 안좋았던 시절
온통 날이서서 야차처럼 지내던 때가 있었드랬습니다
여느날처럼 길을 지나던 때
폐지가 가득 든 리어카를 끌며
노인분이 힘겹게 언덕을 오르고 계시더군요;
(지금은 개발된 옥수동 언덕길)
빙판도 여기저기에 위태위태 해보여 어르신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물었고 선뜻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몇 십분 씨름하고나서 언덕 길 위에 올랐더니
노인분이 고맙다고 오천원을 쥐어주시더라구요 ㄷㄷㄷ
(폐지 가격 아시죠?)
화들짝 놀라 아니라고 이 돈이 큰 돈인데 아니라고 돌려드리려했더니
내가 어른이니 한마디 해도 되겠냐 하시더군요
그러시라고 쩜빵 평상에 잠시 앉아 이야길 나눴는데...
아직도 잊질 못합니다
"청년 술 자주 먹더라 무슨 일인지 돈 문제 인듯 한데
그렇게 퍼마시며 목숨 깎아먹지말아라
아닌듯해도 살다보면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좋은날이 있다
그 하루를 위해서라도 살아라
넌 분명 젊다 살아라"
... 큰 돈 사기당하고 흔들흔들 지하방 전전하던 제가
동네에선 좀 유명했던가 봅니다... 쭉 지켜보셨나보더라구요
몇 번 이승 강제 컴백했던 저라서...
길바닥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애기처럼
제가 줏어봐서 안다고 오천원 너무 크다고 돌려드리고
값진 시간에 감사드렸습니다
당시 주머니에 있던돈 탈탈 털어서...
마지막으로 조껍데기 막걸리 술한잔 같이 나누고 헤어진 후
몇 달 뒤... 돌아가셨더라구요 ㅜㅜ
거의 아무도 찾지않는 빈소에 자녀분과 말없이 앉아있다
큰 도움을 받았다고...
있는 돈 탈탈 털어 장례비용 치뤄드리고 나왔습니다
...
도움을 주는 일도
도움을 받는 일도
내가 아무리 좋은 마음이어도
사람마다의 환경과 상황이 다릅니다
내 섣부른 행동, 말 하나가
때론 타인에겐 폭력이 될 수도, 큰 위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덕에... 선행이나 봉사는
내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에서 시작해야함을 잊지않고 살아갑니다
날이 춥습니다...
그래두 우리 딴게이 님들의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따스한 겨울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입니다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