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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만의 연락, 그리고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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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지세대은혁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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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을 때,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안부 문자가 카톡을 통해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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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까지 꾼다는 군생활..

 

그 시절을 함께 했던 바로 맏후임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미국에 오기 좀 전에, 그 때 한 번 얼굴을 보고 각자 삶에 몰입했으니 대충 10년이 좀 넘은 세월이다. 

 

전역한지 18년이 되었다. (욕이 아니다) 

 

나는 그에게 여전히 000 해병님이고, 동갑인 그는 나에게 존칭을 한다. 

 

육군의 복무신조에 해당하는 "해병의 긍지" 마지막 구절은 "나는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이다. 

 

이 엄청난 선동적 문구는 세월이 지나도 우리를 그시절 해병으로 붙들고 있는 듯 하다..

 

아니면 우리는 그시절이 우리 생애의 가장 좋은 날이었다고 규정하고 우리를 그 안에 놓는 것일까? 

 

언제부터였는지 특정할 수는 없다. 

 

훈련소에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해병대의 베트남전사가, 국경을 넘어 타국에서 벌인

 

이념으로 치장된 살육과 학살의 일환이라는 것과 우리가 소위 말하는 군기라는 해병대식 저변문화가,

 

결국은 인권의식에 대한 부재로 인한 인격말살에 불과했단걸 인정하기 시작했을 때, 

 

그 시절의 기억은 그저 내 젊은 날에 있었던 조금은 독특했던 날들로 남게 되었던 것 같다. 

 

사람은 과거를 미화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해묵은 숙원의 관계가 시간이 지나면 풀어지는 것은..

 

결국 자신의 과거를 버리지 못하고 과거의 인물까지 같이 떠안아버리는 인간의 기질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다만 나의 군생활은....어렸던 치기의 자화상이고, 국방의 의무를 부여받을 수 밖에 없었던 

 

분단된 국가의 청년의 불행한 단편으로서 규정하고 기억에 저장시켰다.

 

인생의 한 순간이라도...적을 규정하고 증오를 학습받아야 하는 존재는 불행하다.  

 

해병대 마크에는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 라는 마크가 새겨 있다..

 

언젠가....그 때 부대에 있었던 이들과 함께 술자리를 기울일 순간이 오면 묻고 싶다..

 

우리는 그시절 정의롭고 자유로웠느냐고...ㅎㅎ

 

뭐...뻔히...00 해병님은 여전히 너무 심각하다고 핀잔을 주겠지..나도 눈치가 있는 인간이니..

 

실재로 그들과 조우하면 그냥 과거나 회상하고 현실을 푸념하면서 술에 농을 섞어 입술이나 축이다 오겠다. 

 

암튼..나는 그렇게 변해 왔다. 

 

목숨을 바쳐야 할 국가는, 사회 계약에 의거한 수평적 파트너쉽의 대상이 되었고, 

 

증오할 적국은 사라지고, 반전과 평화, 그리고 인권의 존엄이 모든 가치에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조금 덜가졌다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조금 더 가졌음을 부러워하지 않게 된...

 

한번 해병이었지만...지금은 시민적 존재로 살아가고 하는 그런 존재가 되었음이..

 

내가 해병이었던 시절보다 더 자랑스러운 것 같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해병이길 염원하는 그 친구와 ...그저 친구가 되는 길을...

 

이제 더 고민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반가운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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